<Designing with Data>전은 보이지 않는 정보를 시각화하는 디지털 디자인에 관한 전시다. 전시장에는 뉴욕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이하 MoMA)이 소장하고 있는 데이터 시각화 작품 총 15점이 소개되고 있다. MoMA 이외의 장소에서 전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존의 디자인 전시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기대만큼 큰 감흥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전시장은 디자인 라이브러리라는 공간 자체가 선사하는 세련됨을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 매우 소박하고 차분하게 15점의 프린트 및 영상 작품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전시는 분명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디자인 라이브러리 전시가 걸어온 그간의 행보 덕분이 아닐까 한다.

 

 

시대의 언어를 읽어주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3회에 걸친 MoMA와의 콜라보레이션 전시를 통해 전통적인 디자인 컬렉션의 범주를 확장한 작업들을 전시로 풀어내고 있다. 이 새로운 시도는 지난해 디지털 타이포그래피를 조명한 <Digital Typefaces>전을 통해 감지되었다. 한편 올해 열린 <Aperture Remix: Conversation between Photography Masters>(2015.3.10-6.21)전과 연이은 이번 <Designing with Data>(2015.7.7-11.8)전을 통해서는 이 곳이 어떤 공간을 지향하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열린 <Aperture Remix> 전이 사진을 다루었다면, 이번 <Designing with Data>전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데이터 시각화’라는 분야를 소개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20세기를 강타했던 사진으로부터 21세기 데이터로 이어지는 인류의 지식 활동과 매체들을 각각 순차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데이터를 해석하는 창의적 디자인이란

 

 

 

과거에는 대부분 정보의 조각들이 그저 나타나고 사라지는 식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정보는 놀라운 사용 가치를 획득하면서 권력과 부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이 ‘정보의 민주화’를 가능케 할 거라는 낙관론자들도 생겨났다. 그리고 사람들은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 즉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데이터 시각화란, 기본적으로 데이터 리터러시를 높여주는 도구로 이해하면 된다. 과거에는 과학적 방법론들, 즉 실험, 수학적 모델링,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자료를 검증했다면, 오늘날에는 데이터 시각화라는 방식이 정보를 창의적이고 인문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하여 20세기에 사진과 필름에 쏟아졌던 높은 관심과 조명은 데이터라는 대상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20세기를 사진과 필름에 탄력을 받은 ‘이미지 리터러시’(image literacy) 의 시대라고 말한다면, 21세기는 바로 ‘데이터 리터러시’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잉크의 양은 정보의 양과 비례할까?

 

 

 

전시장에서 관람객들로부터 가장 호응도가 높은 <PIG 05049> (2006)라는 작품은 1980년대 초 디자인의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친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의 시대 정신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한 마리의 돼지로부터 만들 수 있는 모든 제품을 3년간 추적하여 한 권의 책 속에 인포그래픽으로 구현해 담아냈다.

 

 

 

 

Ben Fry 의 <Distellamap> (2004)은 이번 전시의 대표 이미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Atari 2600팩맨’라는 게임 프로그램 내의 코드들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디자이너의 설명에 따르면, 작업은 “수학 또는 조건문, 즉 ‘만약 x가 참이라면 4로 이동하라’와 같은 어셈블리 언어(*기계어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어)로 이루어진 코드열에 기반했다”고 한다. ‘아타리 쇼크’라고 불릴 만큼 이 게임은 유저들 사이에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아쉽게도 사라져 버렸지만, Ben Fry의 작품을 통해 우아하고 아름답게 재탄생하였다. 그는 다소 에피소드 같은 내용에 진지하게 접근함으로써, 오늘날 빠르게 소비되어 사라지고 마는 수많은 정보 컨텐츠들을 애도하며 정보화 시대에 반응하는 반어법의 태도를 보여준다.

그 밖에 전시장의 다른 작품들은 대부분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적게 말하고, 많이 보여주기’식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들은 추상적이고 어려운 사실들을 그림(도상)으로 바꿔 명료한 사회적 메시지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작업이 논문이나 표어보다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의 사회과학적 사실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표현하는 디자인 기법과 어휘 덕분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정치과학자인 터프트(Edward R. Tufte)는 구체적인 특질을 전달하기 위해 색과 형태를 사용할 때조차 소모할 잉크의 양까지도 전달하는 정보의 양과 비교 검토해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이 전시는 비물질적인 작업들을 다루는 듯 하지만 디자인에서 중요한 요소인 시각성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있다.

 

 

 

 

전시장 한 켠에는 참여 작품들을 모두 감상한 후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에 투표할 수 있도록 특별한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이 장치 역시 일종의 데이터 시각화 개념이 반영된 오브제여서 흥미롭다.

 

 

새로운 도전을 기대하며

 

 

 

<Designing with Data>전은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디자인 역사가 게르트 젤레(Gert Selle)는 “역사는 점점 더 디자인의 언어로 쓰여지고 있다. 미래에 디자인은 역사 자체와 동일시되고, 역사는 디자인과 동일시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시장이 거대해지며, 수많은 정보가 범람할수록, 역사의 순간을 메시지로 전달하는 힘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오늘날의 디자인은 이 힘의 완급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전시는 바로 이 보이지 않는 힘에 미치는 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비물질적인 작업을 포함했다.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 역시 다양한 분야로 그 적용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의 향방이 궁금한 만큼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선사할 앞으로의 디자인 이야기들이 사뭇 기대된다.  

 

 


 

Writer. 손주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