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실현 프로젝트 10호점 우리동네슈퍼

2010년 시작된 이후로, 과일가게·세탁소·미용실·떡집·분식집 등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경쟁력 있는 2막을 펼쳐낼 수 있도록 도와 온 현대카드 드림실현 프로젝트.

그 열 번째 대상은 일산의 고요한 다세대 주택단지 초입에 위치한 작은 슈퍼이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공세에 점점 자리를 잃고 담배가게로 전락해 온 작은 가게가, 백석동 주민의 든든한 냉장고 역할을 해낼 ‘우리동네슈퍼’로 새롭게 태어났다.
프랜차이즈형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이 동네 골목 상권까지 깊숙이 들어오면서, 수많은 소규모 동네 슈퍼들은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중에 있다. 10년 넘게 운영되며 점점 경쟁력을 잃어 온 백석동의 낡은 슈퍼마켓 ‘명성슈퍼’ 또한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10년간 인수에 인수를 거치며 추가되어 온 과한 대형 간판들은 어느새 파사드를 꽉 채웠고, 점포 밖을 빙 둘러싼 음료 및 주류 냉장고들과 낡은 캐노피는 신선한 식품을 파는 슈퍼를 동굴과도 같이 어두컴컴하게 만들었다. 점포 외부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고, 내부에서는 외부가 보이지 않았기에 냉장고 위에는 도난 경고문이 붙고 내부의 상품들엔 먼지가 쌓였다.

잘 팔린다는 이유로 입구 곁에 비치된 주류와 담배는 고객이 슈퍼 안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게 만들었고, 그 결과 슈퍼 매출의 80%가 담배와 주류에 한정되면서 ‘명성슈퍼’는 어느새 슈퍼가 아닌, ‘담배가게’가 되었다. 슈퍼는 빵부터 어포, 구운 계란까지 다양한 식품을 취급하고 있었지만, 좋은 위치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줄기차게 담배만 사 갔다.

10호점의 핵심 전략은, 지나는 길에 수시로 들르고 싶고, 그 안에서 잠시나마 머무르며 무언가를 고르고 싶은 진짜 ‘슈퍼’를 만드는 것이 었다.

01. 들르고 싶은 곳이 되다

위치는 좋았지만, 들르는 사람은 적은 슈퍼를 일단 들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다. 슈퍼가 다양한 것을 팔고 있음에도, 뭘 파는지를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게 하는 환경부터 바꾸어 나갔다.

슈퍼를 가득 채운 천막과 대형 간판, 의미 없는 이름을 깔끔히 덜어내고, 출퇴근길에 함께하는 슈퍼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백석동 사람들과 함께하는 우리동네슈퍼’ 로 단장했다.
기존에는 동네 슈퍼의 주요 판매 품목인 담배와 주류가 모두 점포 입구에 위치해 있어, 매장 내부로 유입되는 고객이 현저히 적었다. 드림실현 프로젝트 팀은 계획적인 구매 품목인 주류와 음료를 매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이동시켜 고객들을 매장 내부로 끌어들이고, 동시에 주류를 고른 후 바로 뒤돌아 안주를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등 개별 상품 카테고리 간의 연계성을 공간 내에 반영하고자 했다.
병정 마냥 나란히 서서 슈퍼를 휘감고 있던 낡은 냉장고들과 흡연에 어울리던 천막을 정리하니 슈퍼가 금세 환해졌다. 얼마나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는지 시원하게 들여다보였고, 유리 밖으로 보이는 라면과 과자들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허기를 자극해 슈퍼 안으로 끌어들였다. 동네 주민들의 유일한 쉼터로 역할하는 테라스 공간도 좀 더 개방성을 가지며 쾌적해졌다.
모든 상품이 매장 내부에 쾌적하게 정리되면서, 72세의 점주가 시야에 잡히지 않는 외부 냉장고의 도난을 상시 염려해야 하는 일 또한 사라졌고, 방문한 고객들은 슈퍼 내부를 한 바퀴 돌고 나가기 시작했다.

점포 내부 공간에 비해 과한 매대들로 눈 둘 곳 없이 꽉 차 있던 매장 내부는, 고객들의 쇼핑 동선에 대한 고려와 점포 환경에 맞추어 제작한 진열대들로 한결 가벼워졌고, 바닥을 꽉 채우던 재고들은 새로 제작된 진열대의 수납공간 내에 착착 정리되었다.
슈퍼를 들린 고객이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복합 슈퍼로서의 다양한 상품군을 강조하기 위해서 과자·라면·차커피·통조림·생활잡화 등 슈퍼가 취급하는 주요 품목으로 카테고리를 명확하게 나누어 진열대마다 판넬을 비치했다.

02. 진정한 동네 슈퍼가 되기 위해, 백석동을 읽다

소규모 동네 슈퍼들이 전국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 슈퍼마켓이나, 프랜차이즈형 편의점 비해 상대적 우위를 갖출 수 있는 방법은 그 지역의 특성을 점포 운영에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네 슈퍼들은 영세한 납품업체나 소량 취급에 따르는 가격 경쟁력 부재 등에 한계를 느끼고, 그 우위를 이내 포기하고 만다. 유일하게 확보할 수 있는 우위를 놓아버린 결과, 동네의 특성과 주민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동네 슈퍼가 되기보다, 단순히 대형 슈퍼 대비 물건이 한정적이고, 찾아도 없는 게 많은 미심쩍은 공간에 머물러 버리고 만다.

드림실현 프로젝트 팀은, 이 작은 동네 슈퍼를 진정한 동네 슈퍼로 만들고자 했다. 슈퍼가 위치한 지역은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출퇴근족이 대부분이었고, 1인 가구가 많았으며 블록 내에 간편한 요깃거리를 파는 곳이 없었다. 출퇴근 족의 영향으로 낮에는 매우 고요하고, 출퇴근 시간에만 유동인구가 있는 동네였다.

이러한 백석동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서 ‘우리동네슈퍼’에는 ‘간편식사’ 코너가 등장했다. 홀로 사는 사람이 지친 귀갓길에 간편한 저녁거리를 살 수 있도록 파스타나 떡볶이 같은 간편 조리식품을 새롭게 구비하고, 기존에 취급하지 않았던 두부, 햄, 소시지, 만두도 냉장고와 냉동고에 채워 넣었다.
드림실현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히 상점을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이 아니다. 영업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다루며 변화를 꾀하되, 본질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슈퍼의 본질은 쇼핑이다. 들르고 싶은 공간, 눈에 쏙쏙 잘 들어오고 하나 손에 들게 되는 진열대, 그리고 찾는 상품이 기다린 듯이 있는 상점. 드림실현 프로젝트 팀은 이러한 목표 아래 우리동네슈퍼에 접근했고, 그 결과 점주는 ‘더 오래오래 이 동네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라고 화답했다.
우리동네슈퍼의 한 귀퉁이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뽑기 기계가 있다. 동전도 바꿔줘야 하고, 기계가 고장 나면 손을 봐야 하는 등의 잔 일이 많지만, 동네 아이들이 좋아하고 슈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있다면 그뿐이라는 점주의 마음에서 동네 슈퍼가 지닐 수 있는 따듯함이 전해진다. 지나온 세월보다 더 오래도록 백석동의 토박이 가게로 남아 있을 우리동네슈퍼의 새로운 역사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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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DAE 2016.01.29 22:40 신고

    참 의미있는 프로젝트네요. 다만, 옛 정이 느껴졌던 간판을 너무나 새하얗고 정돈된 현대식으로 바꿔버린 것이 좀 안타깝습니다. 옛날의 모습을 좀 더 간직하면서 슈퍼를 유지시켰다면 어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