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현재 현대카드 Design Library에서 진행되고 있는 <This Is for Everyone: Acquiring @n Icon>전은 현대카드가 뉴욕현대미술관(MoMA)와 공동 기획한 전시로, 확장되고 있는 디자인의 현주소를 조망하는 시리즈인 2014년 <Digital Typefaces>전, 2015년 <Designing with Data>전에 이은 마지막 전시다. 모두를 위한 것(This is for everyone)? 그리고 "@"사인 아이콘을 소장한다? 3년에 걸친 MoMA와의 공동 기획 전시, 그 마지막 전시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 하고 싶은 걸까?

이번에 선보이는 15점의 작품은 MoMA의 시니어 큐레이터 Paola Antonelli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Michelle Millar Fisher, 그리고 현대카드 Design Library가 공동으로 선정했으며 해당 작품들은 MoMA 이외의 장소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것이다.



아이콘 디자인의 발전



@은 언제부터 쓰였을까?

우리가 이메일을 보낼 때 흔히 사용하고 있는 ‘@’ 사인은 언제부터 쓰였을까? @의 기원에는 여러 가설이 있다. 6세기 필경사들이 라틴어 단어 ad(at)에서 d의 위쪽 획을 과장하여 a쪽으로 구부려 쓴 것이 기원이라 하기도 하고, 유럽에서 가격을 표기할 때 사용한 '각각(each at)'의 의미를 지닌 a의 악센트 표시가 변형되어 @의 곡선 테두리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19세기 이후 회계사들에 의해 '~의 비율로(at the rate of)'라는 의미로 독점적으로 사용되던 @은 1971년 Ray Tomlinson에 의해 새롭게 탄생되었다. 세계 최초의 이메일 시스템을 구축했던 그는 메시지의 목적지를 가리키는 길고 난해한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 @이라는 심벌을 도입했다. 그 시도가 지금 인터넷상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현재의 @을 탄생 시켰다.


  • 매킨토시와 GUI디자인

    아이콘 디자인의 발전을 이야기하려면 매킨토시를 빼놓을 수가 없다. 1984년 애플이 매킨토시 컴퓨터를 발표한 이후 아이콘 디자인은 컴퓨터 기반의 기기에서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나타내기 위한 최적의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

    물론 그래픽 인터페이스 개념이 매킨토시에서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다. 그보다 앞서 1968년, Stanford Research Institute의 Doug Engelbart의 시연에 처음으로 현재의 GUI(Graphic User Interface) 개념의 핵심 형태가 등장했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것이 제록스였고 이를 보게 된 스티브 잡스는 GUI가 컴퓨터의 미래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매킨토시에 처음으로 쓰였던 아이콘 디자인들은 뉴욕대학 미술학 박사 출신의 Susan Kare가 애플에 합류하면서 시작되었다. 컴퓨터 상에서 아이콘을 디자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자체가 없었던 시절 Kare는 그리드(Grid)가 있는 노트를 사서 손으로 아이콘을 그려 냈다.


아이콘과 심벌이 가지는 상징성과 강력한 메시지

아이콘은 사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아이콘에 대한 인지는 개인이 삶 동안의 학습 효과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같은 형태의 아이콘도 국가나 문화에 따라 다른 해석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표준(ISO) 아이콘을 재정해 사용해 왔다. 그동안의 아이콘이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형태를 ‘인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최근 들어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아이콘과 심벌을 통해 상징성과 메시지를 담으려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아이콘과 심벌은 빠른 인지를 위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상징적인 표현으로 중요한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 1991년 디자인된 에이즈 리본 심벌은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이 병을 알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이 심벌은 특유의 상징성으로 연대감을 이끌어 내며, 현재는 색을 변경해 많은 인식 개선 운동 단체에서 활용하고 있다.


  • 다운 증후군을 앓는 아들이 있어 평소 장애인 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었던 아티스트 Sara Hendren은 기존에 사용되던 장애인 아이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그동안의 장애인 아이콘은 몸과 팔 등의 신체가 마치 휠체어에 구속되어 있는 듯하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수동적인 모습이었다. Hendren은 이 아이콘이 알게 모르게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 준다 생각했고 Tim Ferguson Sauder, Brian Glenney와 함께 새로운 장애인 아이콘을 디자인 하였다. 장애인을 스스로 행동하는 역동성으로 표현한 이 아이콘은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함께 하나의 캠페인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현재는 매사추세츠를 비롯 텍사스의 엘 파소, 오스틴 같은 도시에서도 이 아이콘을 채택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

현대카드 Design Library와 MoMA가 이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시의 타이틀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This is for everyone”, 바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

2010년 MoMA는 최초로 인터넷 심벌인 <@>을 소장하기로 발표하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인공위성처럼 우주에 있어 미술관에서 물리적 소장이 불가능한 것들 혹은 <@>사인과 같이 어느 특정인의 소유가 아닌 모두가 범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들은 미술관에서 소장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해 왔다.

그러나 MoMA가 이를 소장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소장할 수 없다고 여겨져 온’ 오브제들을 예술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마치 라이선스가 없는 작품을 라이선스화 시킨 것과 같다. (물론 실제 라이선스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이러한 메시지는 이번 전시 작품 중 하나인 <Creative Commons Symbols>에서 그 백미를 찾을 수 있다.




이크리에이티브 커먼스는 창작자들의 저작권과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그들의 작업을 누구나 비상업적으로 사용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모두가 공유하는 콘텐츠에 삽입되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심벌을 현대카드 Design Library와 MoMA가 독립적으로 전시하게 되는 재미있는 연출이 되었다.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모두의 소유물로 여겨지던 것을 소장하고 전시함으로써 소유와 공유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전하고자 하는 이번 전시 그 자체를 공유해 달라는 메시지 일지도 모르겠다.



Epilogue

이번 전시는 단순히 아이콘과 심벌에 관한 전시가 아니다. MoMA가 처음으로 모두의 것을 소장하겠다고 발표했던 사건을 계기로 소유와 공유의 개념을 예술로 승화시킨 중요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동안 모두의 것이라 생각되었던 다양한 아이콘들을 이제 "나"도 전시할 수 있게 되었다. 1958년 디자인된 평화 심벌<International Symbol for Peace>에서부터 2000년대에 만들어진 <Creative Commons Symbols>까지, 지나온 아이콘들과 앞으로 디자인될 많은 아이콘들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우리가 은연중에 받아들인 수많은 고정관념들로부터 탈출을 시도할 수 있는 자신감 또한 얻어갈 수 있는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송  정  수


국내 최초 인포그래픽 전문 디자인미디어그룹 인포그래픽웍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내외 기업, 정부, 언론등과 다양한 시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꾸준한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국립한경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에 출강 했으며, 저서로는 <인포그래픽 기획과 실전전략>과 <인포그래픽 인사이트57>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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