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MoMA)의 마지막 협업 전시 <This Is for Everyone: Acquiring @n Icon>을 기념하기 위해 MoMA의 건축•디자인부 시니어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tonelli, 이하 파올라)가 한국을 찾았다.

11월 11일,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열린 〈This Is for Everyone: Acquiring @n Icon with Paola Antonelli〉 행사에서 파올라는 MoMA가 디지털 아이콘과 심벌을 소장하게 된 과정과 각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 행사에는 강구룡 디자이너, 김영나 디자이너, 홍익대학교 크리스 로(Chris Ro)•안병학•이연준 조교수, 지난 <Type in Motion> 전의 인쇄물과 월텍스트 디자인을 담당했던 국민대학교 정진열 교수, 이번 전시 공간과 인쇄물 디자인을 담당한 스튜디오 니모닉의 함영훈•조은주 디자이너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상규 교수 등 총 12명의 디자이너가 초대되었다. 디자이너들은 전시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미술관의 역할과 의미에 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아이콘에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먼저, 파올라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전시된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980년대 매킨토시의 아이콘을 얻기 위해 애플을 거치지 않고 디자이너 수잔 케어(Susan Kare)에게 직접 접촉했던 이야기부터 ‘Google Maps Pin’의 직관성, 기술 발달로 인해 온/오프(On/Off)버튼이 합쳐져 탄생한 ‘The IEC Power Symbol’까지 각 작품의 탄생 스토리는 모두 처음 듣는 내용이기에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파올라는 “아이콘마다 독특한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아이콘이란 단순한 그래픽 요소가 아니라 아이디어와 목표가 담긴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물질과 비물질이 혼합된 세계

‘예술작품’을 소장하는 미술관에서 어떻게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아이콘을 소장하게 되었을까? 심지어 @사인이나 이모지 등은 디지털 환경 안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파올라는 MoMA가 아이콘을 소장하기까지 자신과 동료들의 끊임없는 설득과 노력이 있었다고 답했다. 아무래도 ‘실체’가 없는 작품이기에 소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세상은 손으로 만져지는 물질적 요소와 디지털로 대표되는 비물질적 요소가 혼합된 곳이다. 파올라는 비물질인 아이콘을 미술관이 소장하고 전시한다는 사실은 현재의 혼합된 세상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우리가 그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아이콘의 힘은 강력하다

전시 투어가 끝난 후, 소장 작품을 선별한 기준에 대해서 듣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MoMA가 디자인 컬렉션의 소장품을 선별하는 기준은 ‘형태와 의미’, ‘기능과 의미’, ‘혁신’, ‘문화적 영향’, ‘과정’, ‘필요성’ 총 6가지인데, 이는 아이콘이나 심벌을 소장할 때도 적용된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파올라는 의미와 문화적 영향에 초점을 둔 아이콘을 예로 들었다. 대표적인 아이콘이 바로 3명의 활동가이자 예일대학교 교수들이 디자인한 ‘Accessible Icon Project’이다. 장애인을 능동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표현한 이 아이콘은 사람들이 갖고 있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했으며, 인류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 다른 예로는 1978년 길버트 베이커(Gilbert Baker)가 디자인한 ‘The Rainbow Flag’가 있다. LGBT 운동을 대표하는 이 깃발은 2015년 6월, 미국에서 동성 결혼에 대한 합헌 판결을 이끌어내며 세상의 변화를 나타내는 심벌이 되었다. MoMA는 이를 축하하기 위해 소장하고 있던 이 깃발을 미술관에 걸었다고 한다. 아마 그 어떤 행위도 MoMA가 ‘The Rainbow Flag’를 소장하고 전시한 행위만큼 동성결혼 합헌에 대한 MoMA의 강력한 지지를 표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파올라는 앞선 두 가지의 예시가 “디자인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는지를 절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며, 아이콘이 가지는 힘을 강조했다.



정말로 아이콘은 소장할 수 있는 것인가?

마지막 순서는 모더레이터 김상규 교수가 진행하는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한자리에 모인 디자이너들은 파올라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며 아이콘을 소장한다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른 우려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다음은 디자이너와 파올라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일반적으로 미술관은 물질적인 작품을, 라이브러리는 비물질적인 작품을 아카이빙하는 것으로 구분한다. 이런 점에서 MoMA가 아이콘과 같은 비물질적인 작품을 소장한다는 사실은 미술관의 역할이 확장되거나,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떻게 아이콘을 소장할 생각을 하게 되었나?


A. MoMA에서 근무하는 23년 동안 미술관의 영역을 최대한 넓히려고 노력했다. 건축을 전공했던 사람으로서, 건축•도시계획•바이오디자인(Biodesign)•인터렉션 디자인 등 실물을 소장할 수 없는 분야도 MoMA의 디자인 컬렉션에 포함시키고 있다. MoMA는 2006년부터 플로피 디스크에 담긴 비물질적인 작품을 소장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컴퓨터 바이러스까지 소장품으로 추가했다.


Q. 아이콘을 소장한다는 개념에 관해 설명해달라.


A. 아이콘을 소장한다는 것은 의자를 소장하는 것과 같다. 디자인적으로 가치를 지닌 의자를 미술관이 소장해도, 일반인들이 그 의자를 구매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점과 마찬가지다. 간혹 @를 가지고 싶은데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를 물어보는 전화를 받는다. 그럴 땐 “당신의 키보드에 있다”고 답한다. 그리고 최대한 원본과 비슷한 서체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Q. MoMA는 소장한 아이콘에 대하여 어떤 권리를 가지는가? 만약, 다른 미술관에서 소장한 아이콘들을 전시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A. 여러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이미지와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일반적인 라이선스의 개념은 아니고, 중간 배포자의 권리다. 만약 다른 미술관에서 MoMA가 소장한 아이콘을 전시하고 싶다면, 우리에게 빌리면 된다. MoMA가 법적인 절차를 다 해결했기 때문에 저작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 @과같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콘이나 심벌 같은 경우에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Q. 시간에 따른 아이콘의 변화도 소장할 생각이 있는가?


A. 물론이다. MoMA의 아이콘 소장은 컬렉션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을 시작으로 나뿐만 아니라 후임 큐레이터들도 계속 이 작업을 수행할 것이기에 아이콘의 변화를 컬렉션에 반영할 것이다.


Q. ‘Accessible Icon Project’의 장애인 심벌은 특성상 픽토그램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는데, 아이콘으로서 이번 전시에 포함된 이유는 무엇인가? 또, 픽토그램의 문자적 성격을 고려해 전체 시스템을 소장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나?


A. 아이콘이 가진 이중적 의미, 특히 ‘Iconic’이라는 의미에 초점을 둔 큐레이션이라 보면 된다. 물론 픽토그램 전체 시스템을 소장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아이콘이란?


A. 나에게 아이콘이란 그래픽 이미지면서, 동시에 사람들 마음속에 강하게 인식된 것이다. 예를 들어 ‘The Rainbow Flag’는 엄밀히 따지면 아이콘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와 영향력을 고려하여 아이콘의 하나로 이번 전시에 포함시켰다.


Q. 공공자산인 아이콘이나 심벌을 특정 미술관이 소유한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을 것 같다.


A. 부정적인 반응은 없었다. ‘Creative Commons Symbols’ 같은 경우는 대중들이 이 아이콘을 소장하는 우리의 목적과 진실성을 잘 이해했다. 또한 ‘The Rainbow Flag’는 뉴욕이라는 장소가 LGBT에 대한 인식이 열려있는 곳이기에 소장 가능했다. 오히려 비디오 게임처럼 너무 대중적이거나 세속적인 작품을 소장할 때 반발하는 경우가 많다. 가디언지의 비평가 조나단 존스(Jonathan Jones)는 ‘어떻게 피카소 옆에 팩맨(Pac-Man)이 있을 수 있는가?’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피카소의 작품이 당대에는 팩맨이었을 수 있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


Q. 아이콘의 비물질적인 특성 때문에 기존 전시처럼 이미지만을 전시하기에는 부족했을 것이다. 혹시 이를 보충할 워크숍이나 학습의 기회도 마련하고 있는가?


A. 디자인 전시에는 언제나 교육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한다. 특히 ‘해석적 학습’의 제공을 위해 노력하는데, 최근에는 구글 이모지 담당자와 협업하여 아이들이 자신만의 이모지를 만드는 교육을 계획한 적이 있다.


Q. 아이콘처럼 비물질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A. 많은 사람이 좋은 반응을 보여줬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이가 전시된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앞으로 부모님을 끌고 와서 이 게임이 얼마나 아름다운 예술 작품인지를 설명하는 모습이다. 또,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건으로는 전 세계의 언론들이 MoMA가 1999년에 나온 최초의 이모지 세트를 소장했다는 뉴스를 대서특필한 사실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Prologue

현재 현대카드 Design Library에서 진행되고 있는 <This Is for Everyone: Acquiring @n Icon>전은 현대카드가 뉴욕현대미술관(MoMA)와 공동 기획한 전시로, 확장되고 있는 디자인의 현주소를 조망하는 시리즈인 2014년 <Digital Typefaces>전, 2015년 <Designing with Data>전에 이은 마지막 전시다. 모두를 위한 것(This is for everyone)? 그리고 "@"사인 아이콘을 소장한다? 3년에 걸친 MoMA와의 공동 기획 전시, 그 마지막 전시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 하고 싶은 걸까?

이번에 선보이는 15점의 작품은 MoMA의 시니어 큐레이터 Paola Antonelli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Michelle Millar Fisher, 그리고 현대카드 Design Library가 공동으로 선정했으며 해당 작품들은 MoMA 이외의 장소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것이다.



아이콘 디자인의 발전



@은 언제부터 쓰였을까?

우리가 이메일을 보낼 때 흔히 사용하고 있는 ‘@’ 사인은 언제부터 쓰였을까? @의 기원에는 여러 가설이 있다. 6세기 필경사들이 라틴어 단어 ad(at)에서 d의 위쪽 획을 과장하여 a쪽으로 구부려 쓴 것이 기원이라 하기도 하고, 유럽에서 가격을 표기할 때 사용한 '각각(each at)'의 의미를 지닌 a의 악센트 표시가 변형되어 @의 곡선 테두리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19세기 이후 회계사들에 의해 '~의 비율로(at the rate of)'라는 의미로 독점적으로 사용되던 @은 1971년 Ray Tomlinson에 의해 새롭게 탄생되었다. 세계 최초의 이메일 시스템을 구축했던 그는 메시지의 목적지를 가리키는 길고 난해한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 @이라는 심벌을 도입했다. 그 시도가 지금 인터넷상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현재의 @을 탄생 시켰다.


  • 매킨토시와 GUI디자인

    아이콘 디자인의 발전을 이야기하려면 매킨토시를 빼놓을 수가 없다. 1984년 애플이 매킨토시 컴퓨터를 발표한 이후 아이콘 디자인은 컴퓨터 기반의 기기에서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나타내기 위한 최적의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

    물론 그래픽 인터페이스 개념이 매킨토시에서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다. 그보다 앞서 1968년, Stanford Research Institute의 Doug Engelbart의 시연에 처음으로 현재의 GUI(Graphic User Interface) 개념의 핵심 형태가 등장했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것이 제록스였고 이를 보게 된 스티브 잡스는 GUI가 컴퓨터의 미래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매킨토시에 처음으로 쓰였던 아이콘 디자인들은 뉴욕대학 미술학 박사 출신의 Susan Kare가 애플에 합류하면서 시작되었다. 컴퓨터 상에서 아이콘을 디자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자체가 없었던 시절 Kare는 그리드(Grid)가 있는 노트를 사서 손으로 아이콘을 그려 냈다.


아이콘과 심벌이 가지는 상징성과 강력한 메시지

아이콘은 사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아이콘에 대한 인지는 개인이 삶 동안의 학습 효과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같은 형태의 아이콘도 국가나 문화에 따라 다른 해석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표준(ISO) 아이콘을 재정해 사용해 왔다. 그동안의 아이콘이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형태를 ‘인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최근 들어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아이콘과 심벌을 통해 상징성과 메시지를 담으려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아이콘과 심벌은 빠른 인지를 위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상징적인 표현으로 중요한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 1991년 디자인된 에이즈 리본 심벌은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이 병을 알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이 심벌은 특유의 상징성으로 연대감을 이끌어 내며, 현재는 색을 변경해 많은 인식 개선 운동 단체에서 활용하고 있다.


  • 다운 증후군을 앓는 아들이 있어 평소 장애인 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었던 아티스트 Sara Hendren은 기존에 사용되던 장애인 아이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그동안의 장애인 아이콘은 몸과 팔 등의 신체가 마치 휠체어에 구속되어 있는 듯하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수동적인 모습이었다. Hendren은 이 아이콘이 알게 모르게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 준다 생각했고 Tim Ferguson Sauder, Brian Glenney와 함께 새로운 장애인 아이콘을 디자인 하였다. 장애인을 스스로 행동하는 역동성으로 표현한 이 아이콘은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함께 하나의 캠페인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현재는 매사추세츠를 비롯 텍사스의 엘 파소, 오스틴 같은 도시에서도 이 아이콘을 채택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

현대카드 Design Library와 MoMA가 이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시의 타이틀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This is for everyone”, 바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

2010년 MoMA는 최초로 인터넷 심벌인 <@>을 소장하기로 발표하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인공위성처럼 우주에 있어 미술관에서 물리적 소장이 불가능한 것들 혹은 <@>사인과 같이 어느 특정인의 소유가 아닌 모두가 범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들은 미술관에서 소장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해 왔다.

그러나 MoMA가 이를 소장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소장할 수 없다고 여겨져 온’ 오브제들을 예술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마치 라이선스가 없는 작품을 라이선스화 시킨 것과 같다. (물론 실제 라이선스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이러한 메시지는 이번 전시 작품 중 하나인 <Creative Commons Symbols>에서 그 백미를 찾을 수 있다.




이크리에이티브 커먼스는 창작자들의 저작권과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그들의 작업을 누구나 비상업적으로 사용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모두가 공유하는 콘텐츠에 삽입되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심벌을 현대카드 Design Library와 MoMA가 독립적으로 전시하게 되는 재미있는 연출이 되었다.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모두의 소유물로 여겨지던 것을 소장하고 전시함으로써 소유와 공유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전하고자 하는 이번 전시 그 자체를 공유해 달라는 메시지 일지도 모르겠다.



Epilogue

이번 전시는 단순히 아이콘과 심벌에 관한 전시가 아니다. MoMA가 처음으로 모두의 것을 소장하겠다고 발표했던 사건을 계기로 소유와 공유의 개념을 예술로 승화시킨 중요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동안 모두의 것이라 생각되었던 다양한 아이콘들을 이제 "나"도 전시할 수 있게 되었다. 1958년 디자인된 평화 심벌<International Symbol for Peace>에서부터 2000년대에 만들어진 <Creative Commons Symbols>까지, 지나온 아이콘들과 앞으로 디자인될 많은 아이콘들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우리가 은연중에 받아들인 수많은 고정관념들로부터 탈출을 시도할 수 있는 자신감 또한 얻어갈 수 있는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송  정  수


국내 최초 인포그래픽 전문 디자인미디어그룹 인포그래픽웍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내외 기업, 정부, 언론등과 다양한 시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꾸준한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국립한경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에 출강 했으며, 저서로는 <인포그래픽 기획과 실전전략>과 <인포그래픽 인사이트57>이 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Prologue

현재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Type in Motion>>은 다양한 형식으로 모니터와 스크린에 존재하는 타이포그 래피의 양태를 다루는 ‘타입과 시간’에 관한 전시이다. 최근 디자인 영역에 대한 재매개화(ReMediation) 작업이 활발하고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제품디자인이나 그래픽디자인 영역에 치우쳐 있었다는 측면에서 영상디자인 분야에 대한 전시는 반갑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현재 스마트폰, 가상현실 등의 매체 환경 변화와 맞물려 타이포그래피 영역이 만나고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는 특별한 시사점이 있는 전시라 볼 수 있다. 본 전시는 시간성을 가진 타이포그래피 작업들을 <Typographic Performance>, <Animated Infornation>, <Word Montage>, <Dynamic Display>, <Voice of a Text>라는 다섯 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맥락화를 시도하고 있다. 본 리뷰에서는 현재 실제 작업 현장과 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레퍼런스로 언급되고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이 전시가 던지는 다양한 질문들을 미디어 패러다임과 연결하여 정리해보고 창작자로서의 고민들을 나누고자 한다.


1.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 경험으로서의 타이포그래피

타이포그래피란 메시지 전달을 목적으로 활자의 형태를 창조하고 배치하는 기술과 예술을 뜻한다. 역사적으로 타이포그래피는 인쇄의 조판방식으로부터 발전했기 때문에 고정된 타입들의 배치와 디자인을 통해 보는 이의 시선의 움직임을 계획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반면 영상 매체 안에서의 글자들은 시공간의 개념을 포함하여 움직이며, 독자/관람자/시청자의 시선과의 적극적인 관계 맺음을 시도한다. 영상매체에서의 타이포그래피는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고 의지를 가진 생명체들이거나 혹은 그러한 생명체들이 우글거리는 생태계 그 자체이다. 이들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창작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들과 긴장감을 생성한다.

타이포그래피는 기능적으로 문자 요소가 반드시 필요한 영화 오프닝 시퀀스 분야와 광고 분야에서 선구적으로 시작되고 발전되어 왔는데, 특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솔 바스(Saul Bass)의 작업들은 영화 오프닝 시퀀스 영역을 하나의 독립된 디자인 영역으로 존재하게 해 주었기 때문에 디자인 사에 있어서도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훗날 오프닝 시퀀스의 예술성을 극대화시킨 파블로 페로(Pablo Ferro)나 세븐의 카일 쿠퍼(Kyle Cooper) 등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도 솔 바스의 선구적인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영상 매체의 발전과 함께 타이포그래피의 기본 개념과 원리도 크게 변화하였고 특히 현재는 모바일 디바이스, LED 미디어 파사드, 가상현실 등의 개념과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 활판이나 인쇄매체에서 자유로워진 디지털 타이포그래피는 데이터와 빛으로 존재하게 되면서 비물질성과 동시에 무한성과 공간성을 획득하게 되었고, 문자에 대한 낯설게 하기의 일환으로 공간/설치로서의 타이포그래피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a. 건축 + 무빙 타이포그래피

순수 예술 영역, 특히 개념 미술 영역에서는 언어를 중요한 수단으로 다루면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영역과의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특히 제니 홀저(Jenny Holzer)의 작업은 무빙 타이포그래피 영역의 공간적 적용 가능성을 일찍이 실험해왔다. 2008년 “For the Guggenheim”과 같은 시리즈에서는 프로젝션 매핑 기법을 이용하여 건축물의 맥락과 텍스트의 맥락의 충돌을 만들고 그 충돌을 통해 메시지를 표현해왔으며, 이후 LED 사이니지 장비들을 이용한 일관된 방법론의 설치 작품들을 통해 텍스트가 어떻게 건축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들을 보여주었다.

언어를 이용한 작품을 건축적 모션 타이포그래피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있는 국내 아티스트로는 장영혜 중공업이 있다. 웹아트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작업을 발전시켜온 장영혜 중공업은 무겁지만 위트 있는 텍스트와 경쾌한 재즈 음악의 낯선 만남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왔으며 최근 미술관의 건축 문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디자인 영역에서 경험적 무빙 타이포그래피로 해석 가능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색동 프로파간다” 작품은 건축 공간이 무빙 타이포그래피의 리듬감 있는 그리드와 메시지를 담은 미디어 기능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 받은 결과를 보여준다.




b. 가상 공간 + 무빙 타이포그래피

이번 전시의 “The Child”는 공간으로서의 타이포그래피를 시각화하고 있는데, 최근 모든 창조 영역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가상현실 공간에서의 텍스트 사용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흥미롭다. 가상공간에서의 경험적 타이포그래피의 맥락은 유고 나카무라(Yugo Nakamura)등으로 대표되는 웹 공간에서의 인터랙티브 작품들에서 초기의 선구적 실험들을 확인할 수 있다.




“WAR OF WORDS”라는 동일 제목의 전쟁에 관한 시를 가상공간 안에서 표현한 VR 작품은 평면적 웹공간이 입체적 가상현실 공간으로 발전하면서 독자가 관객으로 전환되며 자유도를 부여 받았을 때, 관객의 비선형적 해석을 통제하고 이용하기 위한 구조적 측면에서의 고민에 대한 신선한 시도를 보여준다. 이는 창작자들에게 새롭게 던져진 과제라 할 수 있으며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의 대상이 더 이상 ‘읽는 언어’가 아닌 ‘경험하는 언어’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2. 콘텐츠로서의 무빙 타이포그래피

영상 매체에서 언어라는 기호의 힘은 실로 막강하다. 영화의 감동적인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배경에 보이는 작은 간판의 텍스트만으로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하기에 충분하며 이는 실제로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나 상황에 맞지 않는 음악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 이처럼 강력한 전달력을 가진 무빙 타이포그래피는 디자이너에게 콘텐츠 생산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무기를 부여하였다. SNS 등의 바이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사회적 메시지 전달이 더욱 고도화되고 있고 단순한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정확한 정보의 논리적 구성을 통한 설득력 있는 콘텐츠 제작이 중시되면서 정보 편집자로서의 디자이너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사회 비판적 메시지로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고 잇는 조나단 반브룩(Jonathan Barnbrook)의 Social Film 시리즈의 예처럼 콘텐츠로서의 무빙 타이포그래피는 창작자가 사회를 읽어내는 시선과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 MK12의 “Telephoneme”등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디자이너가 이토록 강력한 텍스트의 힘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 전시에서 또한 텍스트를 다루는 같은 듯 다른 두 가지 디자인 방법론을 보여주는데 표현적 무빙 타이포그래피와 맥락적 무빙 타이포그래피가 바로 그것이다.



  • a. 표현적 무빙 타이포그래피

    두 영역의 작품들 모두 소리를 영상으로 옮기고 있다는 측면에서 동일한 것처럼 보이나, “Rules of Fight Club”등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영상과 사운드 나레이션의 중첩된 표현은 텍스트의 뉘앙스를 극대화함으로써 텍스트의 해석 방법을 제한하고 그 만큼 강력한 힘으로 텍스트를 전달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즉, 타입들에 시공간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언어는 음악이나 춤의 리듬적 특성과 영화의 내러티브적 속성을 띠게 되는데, 이를 증폭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 b. 맥락적 무빙 타이포그래피

    반면 “Toy Baby Grand” 등의 작업들은 텍스트의 의미와 이미지적인 맥락을 분리하고 관객들의 몰입보다는 해석을 요구하는 보다 다층적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다. 즉, 영화에서의 몽타주 기법과 같이 표현 요소간의 거리감을 통한 소통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소리와 이미지, 텍스트와 이미지의 역할을 철저히 분리하여 서로 다른 역할 분담을 통한 소통 방법이며, 이는 창작자의 연주자로서의 역할보다 지휘자로서의 역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방법론은 닮아 있으면서도 실제 관객들에게 극단적으로 다른 작용을 일으킨다는 측면에서 디자이너의 전략적 판단이 적용되는 중요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Epilogue

영상에서의 타이포그래피 영역은 그간의 시간성에 대한 고민을 넘어 가상공간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을 만나면서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고민케 하고 있는 시점에 놓여있다. 이러한 시점에 기존 영상 영역에서 다루어진 언어를 다양한 맥락으로 구분하여 연구, 정리해준 본 전시는 창작자들의 입장에서 특별히 공부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반가운 전시임에 틀림없다. 또한 전시 내용에서 보다 확장하여 개념미술에서의 언어 사용과 타이포그래피에서의 언어 사용에 대한 비교 분석 연구 또한 흥미로운 리서치가 될 수 있겠고, 본 리뷰에서 언급한 유고 나카무라 등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아트 영역에서의 인터랙티브 문자의 사용 역시 이번 전시에서 다룬 콘텐츠들과 비교하여 연구해볼 만한 주제가 될 수 있겠다. 이처럼 흥미로운 여러 질문들을 던지는 본 전시를 보다 다양한 영역의 창작자들이 꼭 만나보길 기대한다.







박  제  성
JE BAAK


서울대학교와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각각 학사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차세대 디자인리더 선정, 중앙미술대전 대상, VH 어워드 그랑프리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현재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국민대학교 영상디자인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런던과 서울에서의 5회의 개인전 및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 전, 사치 갤러리의 “Korean Eye” 전시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으며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서울대학교 MoA, 중앙일보 등에 소장되어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신(新) 사실주의, 데이터


미술에서 사실주의(Realism)는 "현실을 존중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려는 예술 제작의 태도 또는 방법"을 의미한다. 감정적 해석이 중요한 낭만주의와 달리 사실주의 예술가들은 객관적 묘사를 통해 시대를 기록하고 사회활동에 참여했다. 오래 전,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가 작가의 주관적 해석보다 평범한 삶 자체의 객관적 아름다움을 말하고자 시도했던 사실주의. 사진 매체를 거쳐 스마트폰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재, 과연 어떻게 진화되었을까?


구글 검색 결과가 보여주는 오늘의 주요 관심사,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일상의 대화, 신용 카드 사용량이 보여주는 나의 소비 생활 등 이 시대의 데이터는 신(新) 사실주의가 되어 우리의 현재를 대변하고 있다. 다만 기존 사실주의적 표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데이터는 눈에 보이는 현실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 존재하는 현실까지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좌] 쿠르베의 사실주의 회화, “돌깨는 농부" (1849)

*[우] Chrome Experiments 프로젝트, “1992년 ~ 2010년 까지 전 세계 무기 무역 데이터 시각화" 

텍스트와 숫자로 형성되어있는 데이터를 시각화함으로써 무기무역의 현실을 묘사한다.



데이터 시각화, 시각적 데이터?


데이터란 정보화가 되기 이전의 자료 형태를 말한다.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삶을 데이터화해 텍스트, 숫자, 그림으로 기록해 왔지만, 현재의 디지털 환경에서는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되고 있다.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나눈 친구와의 대화에서 일상의 관심사를 저장하고 출퇴근 교통카드 이용 기록에 따라 개인 혹은 집단의 생활패턴을 기록하는 것처럼 말이다.



* 엑셀 파일로 기록된 데이터의 형태.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나의 위치 이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있다. (출처: 랜덤웍스)



이러한 시각적 데이터는 주관적 감정 프레임과 비현실적 장치를 최대한 걷어내고 우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Open API, public data, 웨어러블 기기, 비디오 카메라 분석 등 데이터 수집의 형태와 방법까지 매우 다양해져 이젠 데이터를 재료 삼아 현실을 아주 객관적이고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게 됐다.



* MIT 센서블 시티 랩에서는 2011년 부활절 기간 동안 스페인의 마트에서 일어난 소비 데이터를 시각화했다.(출처: Youtube)



* 히로시 코이 (Hirosh Koi)는 Metrogram 3D라는 작업을 통해 도쿄 지하철 라인의 실시간 움직임을 시각화했다.(출처: Chrome Experiments)



날 것 그대로의 현실, 데이터 시각화


데이터 시각화는 때론 반갑지 않은 경험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데이터로 산출해낸 결과에 대해 이미 특정한 기대치가 있는 상태에서 시각화에 접근한다면 예상 외의 결과와 맞닥뜨릴지 모른다. 기억하고 싶은 것 위주로, 이해하고 싶은 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인간이기에, 현실과 데이터의 괴리감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데이터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불편한 것과 미처 몰랐던 것, 나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 매우 일상적인 부분 등 모든 것이 공존하는 시각적 환경이다.


하지만 사실주의가 내세우는 것처럼 아름다움이란 고상한 것, 고귀한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나 존재하며, 현실을 미화시키거나 이상화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데이터를 시각화 한 결과물이 우리의 예상과 다를지라도, 능동적이고 유동적인 시각환경을 만들고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



* 랜덤웍스는 2014년 “서울시 재정 정보 시각화 서울시가 하는 일들"을 통해 

서울시가 하고 있는 사업들과 예산 사용에 대한 데이터를 시민들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었다.



정보를 전달하는 예술, 한국의 데이터 시각화 그리고 인포그래픽


한국의 데이터 시각화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를 공유하는 움직임이라던가 산업계에서의 데이터 분석은 활성화된 편이지만, 데이터 시각화에 관한 접근은 생각보다 미미한 실정이다. 이에 비해 인포그래픽스만큼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인포그래픽스는 이미 해석된 내용, 즉 정보화된 내용을 보여주는 통제 가능한 시각적 결과물인 반면 데이터 시각화는 정보화 작업 전 날것의 데이터를 보여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통제가 어렵다는 점이 그 이유일 것이다.


한국의 인포그래픽스의 경우, 바이스버사 디자인 스튜디오, 뉴로 어소시에이츠가 정부와 기업 데이터를 활용하여 온·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좌] 바이스버사의 굿 네이버스 2014년도 사업계획과 예산 관련 인포그래픽스

* [우] 뉴로어소시에이츠의 서울시 농수산물 물가 정보 비교 서비스



203 인포그래픽 연구소의 <한국현대사 인포그래픽> 역시 복잡한 한국 현대사를 그래픽화 하여 한눈에 보기 쉽게 구현하고 있다.


* 203 인포그래픽 연구소의 "한국현대사 인포그래픽"

 


데이터 시각화는 객관적 시각을 대변한다는 장점이 ‘데이터 저널리즘’이라는 분야로 확대되어 언론매체에서도 많이 활용하는 추세인데, 한국에서는 연합뉴스, 경향신문이 다양한 뉴스를 시각화하여 보여주는데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의 실시간 뉴스맵



* 경향신문의 대한민국 정당사에 관한 인포그래픽



데이터 저널리즘, 인포그래픽스와는 달리 데이터 자체의 미학과 시각화의 영향, 그리고 창작자로서 사회적 참여를 실험하는 랜덤웍스와 옵티컬 레이스의 작업은 디자인, 예술, 정보전달 그 사이 경계에 위치한다. 그들의 작업은 사용자(혹은 관람자)가 참여하여 경험할 수 있는 시각적 환경을 온라인 서비스, 프린트, 설치 그리고 전시 등 다양한 매체의 형태로 제공한다.



* 랜덤웍스는 "data can be visual. (데이터는 보인다)" 을 통해 2010~2012년까지 모바일 데이터 사용 증가가 만들어내는 통신망 트래픽 변화를 시각화했다.

 


* 옵티컬 레이스는 "확률가족"이라는 설치작업을 통해 연봉, 대출금액, 부모의 자산 등 자신의 재정능력에 따라 살 수 있는 집을 경험하도록 했다.



끝으로, 데이터 시각화 작업을 하는 창작자(디자이너)들은 관람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선입견을 갖게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시각화를 통해 드러나는 현실이 전부는 아니므로, 잘못된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객관성을 갖고 작업하고자 노력해도 한 인간으로서 창작자의 주관적 해석과 표현이 전혀 배제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므로, 객관성과 주관적 해석 간에서 딜레마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Writer. 민세희
랜덤웍스 대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지난 10월 8일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는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이하 MoMA)의 시니어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tonelli, 이하 파올라)와 국내 디자이너들이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을 주제로 여러 담론과 의견을 나눈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11월 8일까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Designing with Data>를 공동 기획한 MoMA의 시니어 큐레이터와, 현장에서 직접 이러한 작업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만남이었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국내 최초 인포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인 ‘바이스 버사 디자인 스튜디오’의 김묘영, 정다은 공동 대표와 인포그래픽과 컨설팅 전문회사인 뉴로어소시에이츠의 김윤이 대표, 203 인포그래픽 연구소의 장성환 대표, 랜덤웍스의 민세희 대표, 윤여경 교수, 이지원 교수, 옵티컬 레이스의 김형재, 박재현 디자이너 등 참석자는 총 12명. 국내에서 인포그래픽을 다루는 대표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를 눈에 보이게끔 만들어내는 시각화 작업의 힘, 곧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역할을 다시금 보고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은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파올라는 큐레이터로서 <Designing with Data>에서 소개하는 MoMA의 소장 작품 15점에 대한 소개를 마친 뒤 과거와 현재, 미래 역시 아우르는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1854년 콜레라가 런던에 창궐했을 당시 사망자들이 발생한 지역을 점으로 표시하며 시발점을 찾아내 전염병을 잦아들게 한 것은 데이터 시각화의 본질적인 기능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나폴레옹 군대가 모스크바에 진격했을 당시, 전투의 승패와 날씨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나 적십자 창립의 효과가 나타난 크림 전쟁의 사망자 수 다이어그램 등을 복잡한 역사적 배경과 사안을 쉽고 명쾌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들었다. 파올라는 이와 같은 데이터 시각화의 기능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2차원적인 평면을 넘어서 3차원적으로 부피감 있게, 그리고 사람들이 좀 더 다루고 있는 현상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음을 말했다. 우리의 삶을 둘러싼 총체적인 상황과 환경이 복잡해진 만큼 컴퓨터를 비롯한 기술의 발달로 데이터의 시각화가 보다 우아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만약 컴퓨터를 상대로 체스게임을 할 때 ‘컴퓨터의 뇌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에 대한 의문을 가질 경우 데이터 시각화는 그 어떤 설명 대신 사고하는 행위 자체를 시각화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물을 통해 ‘하나의 수를 두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옵션들이 펼쳐진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의 주제와 형식은 무궁무진하다 




미국의 디자이너 조쉬 오웬(Josh Owen)은 2004년 여러 가지 인터넷 활동을 분석해 기업의 이사회 중역들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으며 정부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연결 고리를 추적해 디자인했다. 누구나 알고 있을법할, 짐작 가능한 내용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실체를 시각화했다는 것, 가시적인 결과물로 만들었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같은 예로 2001년 이후, 여러 테러 국가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거나 난민들의 이동을 보여주는 데이터 역시 시각화를 통해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먼 곳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안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 역시 디지털 시각화 디자인의 힘이다. 한편 파올라는 단순히 객관적인 현상, 과학적인 현상을 시각화하는 것뿐 아니라 매년 자신의 삶을 애뉴얼 리포트로 작성하는 인포메이션 디자이너 니콜라스 펠튼(Nicholas Felton)처럼 한 사람의 인생도 시각화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2005년 ‘필링(Feeling)’이란 단어를 인터넷에서 추출, 여러 시간 때에 전 세계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지 추적하고 시각화시킨 ‘위 필 파인(We Feel Fine)’ 프로젝트와 데이팅 사이트를 분석한 작업물 역시 그녀가 생각하는 흥미로운 작업의 예이다. 또한 이번 전시에도 소개한 작품 <피그 05049>를 통해 데이터의 시각화가 꼭 디지털이 아닌 방식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굉장히 새로우면서도 오래된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사전처럼 색인이 있는, 전통적인 레이아웃의 책”이지만 인터넷과 정보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돼지가 도축이 되고 난 뒤 어떻게 사용되는지 추적할 수 있었다는 것이 해석의 포인트다.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은 계속 진화해야 한다




"데이터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자극적이고 어지럽게, 마치 포르노그라피를 만들 듯 시각화하면 안 된다”라는 당부로 파올라의 발표는 끝났다. 그리고 이후에는 참석자 모두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파올라는 인포그래픽과 디지털 시각화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인포그래픽은 보다 폭넓은 의미에서 여러 가지 기호와 아이콘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그래픽 작품”으로 또 데이터 시각화는 말 그대로 “어떤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것”으로 구분하고 있음을 밝혔다. 덧붙여 “무엇이든 데이터가 될 수 있지만 스토리텔링의 요소가 있어야 하며 특정한 형태가 반복되는 스트레오 타입이 아닌 새로운 시도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기업의 의뢰 작업부터 자립적인 콘텐츠 생산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는 디자이너들이 모인 만큼 인포그래픽의 정의부터 현상과 문제점,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의견은 무궁무진했다. 모더레이터를 맡았던 손주영  학예연구관의 말대로 “20세기가 사진 비주얼 리터러시의 시대라면 21세기는 데이터 비주얼 리터러시 시대"일 것. 그만큼 많은 담론이 이루어지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데이터 시각화에 대한 미시적인 접근과 심도 있는 분석이 이루어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에 대한 파올라와 디자이너들의 담론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의 정의와 현상, 한계점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담론을 나눈 파올라와 국내 디자이너들. 이들의 통찰력 있는 분석과 솔직한 의견을 들어본다. 


질문

데이터 시각화와 인포그래픽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데이터 시각화를 정의하면?

Paola: 내 나름의 해석으로 구분하자면 인포그래픽을 좀 더 광범위한 의미로(사인, 아이콘 등을 모두 포함하는) 사용하며, 데이터 시각화는 말 그대로 특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작업으로 구분한다.
이지원: 정보 디자인은 문자든 도형이든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고, 데이터 시각화는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전달하기 보다는 뉘앙스와 흐름을 파악/전달하는 데에 초점이 있는, 즉 메세지를 전달하는 작업이다.


질문

오늘날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이 지닌 의미와 중요성은?

윤여경: 데이터 시각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어떻게 이 사태(현상)를 이해하는가’에 대한 상호간의 이해라고 생각한다. 예전과는 달리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광대한 데이터로 인해 우리의 인식 구조가 폭발적인 변화를 겪고 있으며, 데이터 시각화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따라서 디자이너로서 우리는 소통의 구조와 방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이해의 도구를 고민하고 시도해야 한다.


질문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 작업에 있어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디자이너의 도덕성 유지에 대한 생각은?

민세희: 데이터 시각화 작업의 특성상, 기반하는 데이터에 결과물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클라이언트들은 머리 속에 이미 원하는 그림을 갖고 있어, 실제의 데이터와 상충하기도 한다. 정보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디자이너로서의 Morality(도덕성)를 지키면서도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는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장성환: 상업적 목적을 가진 데이터 시각화 작업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데이터의 성격에 따라 작업의 상당부분이 결정된다. 디자이너로서 미적 감각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외부적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 작업으로 국한되며, Paola의 프리젠테이션에서도 대부분이 독립 작업임을 볼 수 있다. 즉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업적 목적의 작업과 작품성 있는 작업은 별개로 진행되게 된다.
Paola: 나는 상업적/비상업적을 구분하지는 않고 오직 작품의 퀄리티를 보아 왔다. 지금까지는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작업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이 질문이 모마의 작품 선정 기준에 대해 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큐레이터로서 정보의 객관성 측면에 있어 데이터 시각화 작품을 바라볼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를 신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